- 홍성란
일 놓은 서울 셋방 예순아홉 아버지는
산골 초막에서 황혼을 보내셨죠
석삼 년 가난한 텃밭 푸성귀를 기르셨죠
펌프가 있는 마당가 고추 부추도 심고
바쁜 딸 오면 어머니와 열무김치도 담그고
상추도 어린 고추도 한 바구니씩 따 주셨죠
평상에 둘러앉아 “이것 좀 먹어봐”
강된장에 고기 한 점 밥 한술에 풋고추 한 입
두 볼이 미어지도록 상추쌈을 싸주셨죠
달보드레 감치는 아버지 그 상추쌈은
이제 어디 가도 먹을 수 없지만
마지막 상추 따던 웃음소리 환히 남아 있어요
충남 부여 출생. 성균관대학교 문학박사
1989년 중앙시조백일장 장원 등단
시조집 『춤』, 『애인이 있어요』,
『바람의 머리카락』, 『매혹』 등
제1회 유심작품상, 제24회 중앙시조대상
제40회 대한민국문화예술상(문학부문) 외
현재 「유심시조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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