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 회담’…그래도 소통 의지 접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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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손 회담’…그래도 소통 의지 접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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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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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22대 총선 이후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간 회동이 ‘빈손’으로 끝났다.

못 먹을 음식 잔뜩 싸 들고 찾아간 여우와 대책 없이 손님을 맞이한 두루미의 한바탕 촬영 쇼에 불과해 보였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른 법 없다는 말 상기해야 한다. 어렵사리 물꼬를 텄으니, 정말 나라와 국민을 생각한다면 ‘소통’의 의지를 접지 말아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협치’의 미덕을 버리지 말라는 게 민심이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래 약 2년 만에 성사된 첫 ‘영수회담’은 2시간이 넘게 이어졌음에도 합의문은 없었다. 대통령실은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했고, 민주당은 “국정 기조 전환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엇갈린 총평을 내놨다. 하지만 회담 내용이나 양측의 반응이 예상을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이재명 대표의 모습은 예의를 갖춘 회담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이날 ‘민생 회복 지원금 지급’, ‘연구·개발(R&D) 예산 복원’, ‘연금개혁’, ‘재생에너지 산업기반 확충’ 등 대략 11가지 의제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고 수용을 촉구했다. 마치 두툼한 청구서를 들고 외상값을 받으러 찾아간 채권자의 태도였다.

이 대표가 ‘의료 개혁’, ‘저출생 종합 대책’ 추진에 공감을 표시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이태원 특별법’ 제정, ‘채 해병 특별검사(특검)법’ 제정, 가족 등 주변 의혹 정리 등 예민한 문제까지 면전에서 공개적으로 들이댄 것은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회담을 상정했음을 입증하는 행태였다.

여론과 정치적 압력에 밀려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제1야당 대표를 만날 수밖에 없었던 윤 대통령의 처지에서도 요령부득이었을 것이다. 이 대표가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 다 예상하고 있었다는 윤 대통령의 반응은 감정을 최대한 절제한 불쾌감의 표현으로 읽힌다.

그럼에도, 양측의 대화는 계속돼야 한다. 국민은 여야의 무한 대치에 넌더리가 나 있다. 위기로 치닫는 국제정세와 피폐의 늪에 빠진 국민을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왜 못 만나고, 왜 합의를 못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대한민국호가 헤쳐가야만 할 험악한 바다가 장난이 아니다.

시작이 반이다. 당리당략의 불순물을 하나씩 제거해가면서 형식과 조건에 얽매이지 말고 대화를 지속하라는 게 여론의 요체다. 총선 결과에 취한 민주당에 드리운, 지난 국회에서 점증시켜온 천박한 ‘의회 독재’의 망령이 걱정이다. 민주주의는 오직 대화와 타협, 그리고 양보만을 먹고 성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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