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얼마나 노하셨기에 떠나실 마음이 드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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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얼마나 노하셨기에 떠나실 마음이 드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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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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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암 황대봉 회장님! 
 지난 6월 7일자 “정들었던 고향을 떠나며”를 읽었습니다.
 정말 떠나시는 것입니까? 얼마나 노하셨기에 떠나실 마음이 드셨습니까?
 착잡한 마음으로 읽으면서 지난일이 생각 났습니다.
 저가 1992년 한동대학교 설립본부장을 맡았을때 당시 국회의원으로 계시던 회장님께 설립고문을 위촉하려고 설립자를 모시고 회장님댁을 방문한 일이 있습니다.
 응당 기꺼이 수락하실줄 믿고 갔습니다만 그때 이미 회장님께서는 세명고등학교를 설립하여 크게 발전시키고 계셨을 뿐만 아니라 포항에 지역 종합 대학을 세울 구체적인 구상을 하고 이를 진행중이셨는데 갑자기 나타나서 고문 운운하는 저에게 대노  하셔서 야단을 치셨습니다.
 용열한 저는 예의를 갖추지 못하고 결례의 말씀을 드리고 나온 후 크게 후회하고 어떻게 사과를 드리나 생각만하면서 찾아뵙지 못하던 중 어느 행사장에서 회장님을 우연히 만나게 되어 무척 당황해 하는데 뜻밖에도 회장님께서는 “보래이 이 선생, 잘되가제? 우째든지 잘해라. 어려운 일 있으면 찾아오고…”천성이 그러시지만 뜻밖에도 다정히 격려해 주셨습니다.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치적인 발언이 아니라는 것을 저는 확실히 느꼈습니다. 그 후로도 가끔 뵙게 되면 늘 자상하게 대해 주셨기에, 몰랐는데 참 대인(大人)이시로구나. 그저 부지런해서 성공하신 분이 아니로구나 하고 생각했습 니다. 좀처럼 노하지 않는 성품은 익히 알고 있습니다만 그런 인품에 얼마나 노하셨기에 떠나려 하십니까?
 긴 글월을 읽으면서 좀처럼 자랑하시지 않는 성품에 하신 일을 하나 하나 열거 하신 것에 누구인들 공감하지 않겠습니까? 그것 뿐입니까? 그 외에도 알게 모르게 수없이 베푸신 것 주변에 아는 사람은 다 압니다.
 회장님, 회장님께서도 잘 아시는 저의 동생이 오래 전 저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형! 남의 욕을 하나도 안먹으려는 사람은 결국 한평생 아무일도 하지 못하고 말아!” 살아보니 참 명언이었습니다. 적을 두지 않았던 영웅호걸이 없었고 남의 비판을 받지 않으면서 성공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세상 살다보면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도 많고, 또 사촌 논사면 배아픈 사람들도 많이 있지 않습니까?
 어떻게 모든 사람들이 회장님의 넓고 깊은 뜻을 다 알 수 있겠습니까?
 30년전 포항제철이 형산강 건너에서부터 포항산업화의 불꽃을 일으킬때 강 이쪽에는 회장님 같은 분이 계셨기에 그 용광로의 불씨가 포항에도 활활 타올라 오늘의 포항이 되었고 우리 포항 사람들이 지금 자부심을 갖는 포항시민이 된거 아니겠습니까?
 물론 회장님 홀로 받을 영광은 절대 아니지만 영광의 이름들 맨 앞줄에 황 회장님의 이름이 기록되야 함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겁니다. 그런데도 떠나신단 말입니까?
 또다시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우리 인생은 일부러 떠나지 않아도 다 떠나게 되는 것 아닙니까? 포항 발전을 위하여 노심초사하신 어른들! 해방후 저가 기억하는 분들만해도 김병준 선생, 동암 문달식 선생, 평보 하태환 선생, 초대시장 박일천 선생, 서경 오실광 회장, 그리고 최근에 타계하신 삼일그룹의 강신우 회장 등등 포항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기고 모두 떠나셨지 않습니까? (그 말석에 저의 선친 재생의 이름도 한자리 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입니다)
 그런데 회장님께서 연세에 비해 아직 젊고 건강하시며 할 일은 많으시고 포항의 앞길은 멀고 창창한데 어디로 가신단 말입니까?
 이제 포항에 원로들이 몇분 계십니까?
 김옥득 회장님, 임부갑 회장님, 이어서 신상율 회장님 등이 계시지만 황 회장님이 계셔야 모두 힘을 낼 것 아닙니까? 모두 힘을 합하여 어느 정치인의 말처럼 포항의 서산을 한번 더 붉게 불태워 주실 수는 없습니까?
 회장님의 글을 읽으면서 정장식 전 시장의 처사에 심기가 심히 불편 하신 것을 느꼈는데 정시장 역시 포항이 낳은 인재가 아닙니까?
 회장님께서는 훌륭한 아드님을 셋이나 두셨는데 모두 정 시장과 같은 세대 아닙니까?
 포항의 장래는 그들 세대에게 맡겨 서로 발전적으로 다투도록 놓아 두시고 회장님께서는 그 위에 우뚝 서십시오.
 황대봉 회장님!
 만일 떠나신다면 떠나신 이후를 생각해 보셨습니까?
 시내에서는 얼마나 많은 분란이 일어나고 밖에서는 포항을 얼마나 조롱하겠습니까?
 대단히 진노하셔도 그런 것을 노리실 인격은 아닌줄 믿습니다.
 불효막심한 자식을 둔 어머니가 아무리 어려워도 자식의 장래를 생각하여 분노의 입을 다무시는 것을 보고 저것이 사랑이로구나 하고 느낍니다.
 회장님이 떠나시면 포항의 재산이 얼마나 빠져 나간다. 일년에 세금수입이 얼마나 준다고 걱정하는 똑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맞는 말이지요.
 그러나 그것은 나무는 보면서 숲을 보지 못하는 근시안입니다.
 저는 그들에게 후폭풍의 위력을 설명해 줍니다.
 이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이제 황대봉 회장님이 아닌 저의 가형 이진우 전의원의 다정한 친구이신 황대봉 형님께 한마디 드리고자 합니다.
 형님! 수구초심(首丘初心) 있잖습니까?
 여우도 늙으면 제 고향으로 돌아와서 생애를 마칩니다.
 저의 친구들고 꾸역꾸역 돌아오고 있습니다.
 어디로 가신단 말입니까?
 사실인지 모르지만 주민등록을 옮기셨다고요?
 도로 옮겨 오시면 되잖습니까?
 집을 내 놓아 팔리지 않으면 때려 부셔 버리라고 말씀하셨다지요?
 좋은 집이지요. 부셔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집이지요. 얼마나 노하셨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그러나 형님은 그집 수십채의 값, 아니 수백채의 값을 공익에 헌납하시지 않았습니까?
 그 집은 비록 주인이라 할지라도 마음대로 부실 수가 없습니다.
 경주 최부자의 집처럼 앞으로 지방문화재가 될 집입니다.
 저는 이런 말씀을 드릴 자격이 없는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30년전 저도 작은 분노로 포항을 떠나 외국에 가본 일이 있습니다.
 분노가 가라앉기는 커녕 뼈에 저리는 고독과 억울함이 엄습했습니다.
 그것은 해답이 아닙니다.
 결코 포항을 떠날 수 없습니다. 떠나서는 안됩니다.
 왜냐고요? 형님은 포항의 어버이기 때문입니다.
 무례한 글월을 올리는 것 용서하십시오.
  2006 년 6월 이태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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