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의 반골 지식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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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의 반골 지식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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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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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종 뉴스1 고문

[경북도민일보]  중국과 미국 간 무역전쟁이 치열하다.
 세계 GDP의 약 40%(미국24%, 중국 15%)를 차지하고 있는 두 경제 대국 사이에 벌어지는 무역전쟁인 터라, 승패를 떠나서 두 나라는 큰 부담을 안고 있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미국에서는 무역전쟁을 촉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초반부터 쏟아졌다. 그러나 중국은 철저히 언론 통제를 하는 공산당 1당 체제이기 때문에 언감생심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비판할 수 없다.
 최근 이런 중국 사회에 이상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극소수이긴 하지만 시진핑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지식인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시진핑의 경제 및 외교정책뿐 아니라 개인숭배 등 체제 자체를 겨냥했다. 
 칭화(淸華)대학의 쉬장룬(許章潤, 56) 법학원 교수는 지난 7월 22일 ‘톈쩌(天則)경제연구소’ 웹 사이트에 ‘현재 우리의 두려움과 기대’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 중에는 ‘개인숭배를 없애라’, ‘국가주석 임기제를 복원해야 한다’,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당총서기, 국가주석, 당중앙군사위원회주석 등 중국의 절대 권력을 장악한 시진핑에게 노골적으로 대들고 있으니 중국 권부에 비상이 걸릴 만하다.
 쉬 교수는 시진핑 정책에 대해 8가지 ‘두려움’과 8가지 ‘기대’로 분류해서 문제점과 대안을 구체적으로 세시했다.
 그가 말하는 8가지 두려움이란 무엇일까. 재산권에 대한 두려움, 경제건설 중심의 국책 폐기에 대한 두려움, 잔혹한 당내 계급투쟁이 재연될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 다시 쇄국을 할 것이라는 두려움, 대외원조가 과도해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이라는 두려움, 지식분자 사상 개조에 대한 두려움, 군비경쟁에 다시 돌입해 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두려움, 개혁개방을 중단하고 극단적인 권력정치로 회귀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8가지 기대는 그 두려움에 대한 일종의 처방이다. 불필요한 대외원조를 철회하고, 외교행사 낭비를 줄이고, 퇴직간부의 특권을 폐지하고, 특공(特供)제도(특정기업과 단체에 혜택을 주는 것)를 없애고, 공무원 재산 공개법안을 시행하고, 개인숭배를 없애고, 국가주석 임기제를 복원하고, 톈안먼 사태의 재평가를 촉구했다.
 특히 쉬 교수의 중국외교에 대한 비판은 우리의 주목을 끌 만하다. 북한과 베네수엘라 같은 실패국가와 친숙해지고, 미국을 대표로 하는 서방 세계와의 관계가 교착이 되고 있는 것은 민의(民意)에 배치되고 역사의 흐름이 거꾸로 가는 것으로 현명하지 못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은 이 글을 재빨리 삭제했지만 호주 학자의 번역을 통해 이미 해외로 퍼졌고 서방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반향을 일으켰다. 쉬장룬 교수는 일본에 체류 중이어서 당국의 제재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앞으로 일어날 사태를 예견한 듯 “할 말은 다 했다. 생사는 명(命)에, 흥망은 하늘에 달려있다”는 문구를 남겼다고 한다.
 또 한 사람의 반골 지식인은 쑨원광(孫文廣, 84) 전 산둥대 교수다. 그는 8월초 자택에서 ‘미국의 소리’ 방송과 인터뷰를 하다가 공안에 의해 끌려 나가면서 “나에겐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외쳤다고 한다. 쑨 교수는 시진핑 주석이 중동과 아프리카 5개국을 순방한 7월20일 인터넷에 “중국엔 빈곤층이 여전히 많은데 해외 독재자들을 위해 펑펑 쓸 돈이 어디 있느냐”며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중국은 지난 5월부터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대미무역 흑자에 의존해온 안정적 경제성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또 35만 명의 영·유아에게 불량 백신을 접종한 ‘가짜백신’ 사태가 중국전역에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공산당과 정부에 대한 여론이 나빠졌다. 프랑스 국제라디오방송은 “20대 여성이 7월 4일 상하이 도심에서 ‘시진핑 독재폭정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면서 시 주석의 중국몽 선전 표지판에 먹물을 끼얹은 시위가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런 와중에 나온 두 교수의 체제비판이 공산당 내부에 적잖은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중국 당국이 지식인의 불만을 흡수하면서 찻잔 속의 미풍으로 그치게 할지, 이들을 반체제로 몰아 가혹한 조치를 취할지 관심거리다. 
 이 사태를 보는 중국 공산당 내부 및 외국 전문가들의 견해는 ‘시진핑 체제에 대한 위협은 아니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국 인민 대중은 부패척결에 대한 의지와 영토문제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는 시진핑에게 절대적인 신뢰와 지지를 보내고 있어 시진핑 권력은 공고하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식인, 진보적인 전직 공직자, 중산층의 시진핑 강경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따라서 쉬장룬, 쑨원광 교수의 비판에 공감이 형성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한다.   
 이런 반체제 기류에 대한 반응일까. 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지난 7월초에 “국가는 자만한다고 부강해지지 않는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1위가 됐다’며 제멋대로 치켜세우고 과장해 약점 잡히기 딱 좋은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가 나간 후 서방국가들이 경계심을 품는 ‘중국최강론’과 ‘중국제조 2025’가 중국 매체에서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이 사라졌다고 한다. 
 또 하나 특이한 일은 칭화대 동문(81학번) 27명이 지난 2일 총장에게 “후안강(胡鞍鋼, 65) 교수를 자르라”는 공개서신을 보냈고, 1000여 명의 동문들이 이 서명에 동조 참여했다는 뉴스가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보도된 것이다. 후안강은 칭화대 정치학 교수로 21세기 들어서 중국의 국가전략 기획에 결정적 역할을 해온 인물이다. 그는 시진핑이 집권하던 2013년 “중국의 집단지도체제가 미국의 대통령제보다 훨씬 훌륭하다”고 주장했고, 작년엔   “중국이 경제, 과학, 종합국력에서 이미 미국을 따라잡았다”고 피력했다.
 그러나 올해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미·중 간 힘의 격차를 느낀 일부 지식인들이 후안강 교수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후안강 교수 견제 기류는 어쩌면 시진핑 체제의 자구책인지도 모른다.  
 미·중 무역전쟁은 우리가 몰랐던 거대한 중국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중국이 경제성장을 계속하며 1인체제의 초강대국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인민의 다양한 욕구를 수렴하는 체제 변화의 길로 갈 것인가. 이것이 14억 인구를 품은 21세기 중국의 미래와 관련된 최대의 수수께끼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 지식인들의 움직임이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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