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와 중국인의 공공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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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와 중국인의 공공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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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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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용복 편집국 부국장

[경북도민일보]  지난해 9월 일주일 간 일정으로 중국 동북3성 지역을 취재차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심양에서부터 단동, 통화, 연길까지 크고 작은 도시를 여럿 거치는 동안 줄곧 느낀 점은 도로가 참 무질서하다는 것이었다. 건널목은 말할 것도 없고 교차로에도 신호등이 없는 경우가 많아 차와 사람이 뒤엉켜 아슬아슬한 장면이 연출되는가 하면 신호등이 있는 경우에도 지키지 않는 것이 예사였다. 우리 일행이 탑승한 7인승 승합차의 중국인 기사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도중에도 핸들에 손이 놓여 있는 시간보다 휴대전화를 귀에 가져가는 시간이 더 많았다. 수시로 앞차를 추월하는 등 승객은 안중에 없다는 듯 곡예운전을 하는 통에 오금이 저린 적이 한두 번 아니었다. 간혹 앞차가 조금이라도 지체할라치면 여지없이 경적을 울려댔다. “중국에서는 경적을 울리는 것이 운전자들의 예의”라며 조선족 가이드가 귀엣말을 했다. 우리들 보기에 민망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정말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조금만 번화한 도시의 거리에만 들어서면 온통 경적소리가 진동을 하니 어쩌면 후자가 맞을 지도 모르겠다.
 차에서 내려 밀집한 건물들 사이로 들어서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인도는 파여져 나온 블록들이 여기저기 나뒹굴고 곳곳에 흙무더기가 방치된 지 오래인 듯 바람에 마구 날려 시야를 흐리게 했다.
 중국은 흡연천국이다. 거리에서 담배를 입에 문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남녀 불문하고 꽁초는 아무데나 휙 던져버린다. 꽁초를 버리려 쓰레기통을 찾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물론 쓰레기통도 찾기 힘들지만.
 음식점 안은 사정이 좀 다르다. 흡연하는 사람들 모습만 빼면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다. 현관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안과 밖의 모습이 너무나 대조적이다. 가이드 설명에 의하면 중국인들은 비록 땅은 국가소유이긴 해도 식당, 주유소와 같은 상업시설은 임대해서 장사를 하기 때문에 사유재산처럼 여기지만 도로와 같은 공공재나 공공을 위한 질서에는 아주 무관심하다고 한다.
 또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일정의 마지막인 연길에서 하루를 체류하게 됐을 때 시간이 좀 남아 시내구경을 나섰다. 거리가 제법 번화하고 크고 작은 백화점과 대형할인점이 많이 눈에 띄었다. 중국 백화점에는 어떤 물건들이 있을까 궁금해 그 중 한 곳에 들렀다. 주로 고급 상품들을 판매하는 우리의 백화점과는 달리 열쇠고리며 머리띠, 노리개 등 온갖 화려한 소품들이 1층 진열대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딸에게 줄 싼 게 뭐 없을까 눈이 빠지게 들여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여자아이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닌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급히 달려가 보니 여덟 살 가량 돼 보이는 울고 있는 여자아이 앞에 할아버지 한 분이 얼굴에 온통 피범벅인 채 쓰러져 있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다 발을 헛디뎌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는 것이다. 할아버지의 상태가 심각했던지 아이는 좀처럼 울음을 그치지 않았고 나와 몇몇 사람이 휴지와 물티슈로 피를 닦아주며 아이에게 할아버지를 빨리 병원에 모시고 가라고 타일렀다. 참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우리가 그러는 10~20분 동안 백화점 직원이 한 명도 얼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심지어 바로 근처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업주들도 ‘강 건너 불구경’만 할 뿐이었다. 남의 일에 무관심하고 남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지 않는 중국인의 단면을 보는 듯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이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가운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한반도를 뒤덮은 미세먼지의 상당수가 중국에서 왔음을 입증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가스분석표준센터는 지난 21일 폭죽이 터질 때 나오는 화학물질을 실시간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중국 춘제기간 폭죽이 잘 터지도록 하는 산화제인 칼륨 농도가 국내에서 8배 이상 치솟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같은 기간 국내에서는 불꽃놀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국발 초미세먼지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또 이번 연구결과를 동북아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중국과의 공동연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우리의 기대에 호응해 올 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 수 차례 연구에서 국내의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유입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심지어 지난해 3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는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 때문에 2007년 한 해 동안 한국, 일본, 몽골, 북한 등 아시아 지역에서 3만여명이 조기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지만 중국 정부는 아직까지 미세먼지 발생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올해 1월 중국 산둥성에 열린 제22차 한중 환경협력공동위원회에서 중국측에 “중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여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그게 왜 우리 탓이냐”며 발뺌을 했다고 한다.
 중국인들에게는 그들로 인해 고통 받는 한국인들의 사정은 안중에 없다. 그들에게 우리의 아픔을 이해시키려 하는 것은 어쩌면 그들에게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울 때 꽁초는 반드시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하는 것과 같을 지도 모른다. 만약 그들이 길거리에서 꽁초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날이 오면 그때는 미세먼지 협상이 테이블에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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