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그 아픈 상처의 집
  • 경북도민일보
오두막, 그 아픈 상처의 집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17.0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기포 포항명성교회 담임목사

[경북도민일보]  월리엄 폴 영의 ‘오두막’이라는 소설이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도 ‘오두막’이라는 영화가 개봉되기도 했다.
 저자인 폴 영은 캐나다 태생으로 부모가 선교사로 활동하던 뉴기니에서 자랐다.
 그곳 원주민들에게 성추행을 당했던 경험이 있는 영에게 ‘오두막’은 모든 비밀, 아픔, 상처, 치욕적 기억들을 묻어두는 마음속 깊은 곳을 상징한다.
 이 소설은 입소문과 웹사이트 광고를 통해 베스트셀러가 됐으며 미국 2008년 책 38주 뉴욕타임지연속 1위라는 신기록을 가지고 있다.
 이 소설은 맥의 막내 딸 미시는 가족 여행 중 유괴된다. 딸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버려진 한 오두막에서 성폭행을 당하고 잔혹하게 살해된 증거를 찾아낸다.
 4년 후, ‘거대한 슬픔’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오던 맥은 하나님(소설에서는 ‘파파’로 불린다)으로부터 메시지를 받는다.
 파파는 맥을 오두막으로 이끈다. 맥은 가고 싶지 않는 범죄의 현장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주말동안 파파와의 만남을 경험한다.
 작가는 ‘거대한 슬픔’에 잠긴 맥이 그 오두막에서 자신의 깊은 상처와 직면한다. 또 인간의 폭력과 잔인함 그리고 믿음의 상실로 깨어진 마음속에 하나님의 용서와 사랑으로 회복된다. 드디어 그는 변화된 사람으로 오두막을 떠난다.
 작가는 ‘오두막’은 나 자신의 상처로 스스로 지은 집이다. 사람들이 삶을 살면서 언제나 마주하게 되는 질문, 즉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가득한 세상에 신은 도대체 어디 있는가?” 그리고 악인이 왜 이렇게 형통하게 잘 살고 있는가에 대한 대답을 얻고자 한다.
 우리들 대부분은 자신만의 슬픔과 깨어진 꿈, 상처 입은 가슴이 있고 각자 상실감과 아픔의 ‘오두막’이 있다. 딸을 잃은 슬픔에 잠긴 한 아버지가 하나님의 계시에 이끌려 찾아간 곳은 바로 자신의 딸이 납치되어 살해되었던 오두막, 즉 ‘고통’이 시작된 곳이다.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고통이 우리를 슬프게 하고 힘들게 한다. 그가 ‘오두막’에서 깨달은 것은 용서의 힘이다. 그리고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도 용서의 힘이다.  

 소설 ‘오두막’은 각자의 상처를 돌아보게 한다. 그 상처는 두려움도 부끄러움도 아님을 가르친다.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잊을 수 없는 치욕스런 상처들을 하나씩은 가지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상처를 극복하면 더 이상 상처는 아니다.
 그러나 어린 시절 받은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면 여전히 아물지 않는 상처로만 남는다. 아물지 않는 상처는 지속적으로 아픔과 치욕으로만 남게 된다. 그러나 상처가 치유된 후에는, 더 이상 상처가 아니다.
 영화 ‘밀양’ 이청준 원작의 ‘벌레이야기’나 소설 오두막은 개인이 감당하지 못할 ‘거대한 상처’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처는 숨기지 말고 드러내야 하는 용기가 필요함을 가르친다. 
 최근 우리사회는 분노의 대중화, 분노의 평준화, 분노의 일상화가 되어버렸다. 점점 생활이 분노와 폭력으로 중독 되어간다. 큰일이다.  
 최근 10대 청소년 아이가 아버지가 꾸중한다고 각목으로 아버지를 때려죽였다. 유명 대학원생이 교수가 꾸중한다고 교수 연구실에 폭발물을 만들어 죽이려고 했다. 경남 양산의 어느 빌딩 높은 고층에서 음악을 틀고 일하다가 아파트에 사는 청년이 시끄럽다고 옥상에 올라가 로퍼를 잘라서 인부가 15층 아래로 떨어져 비참하게 죽었다. 이 모두가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어린아이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분노라는 고질병에 걸려있다. 
 21세기 경제적으로 풍요를 누리고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문화의 시대에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면 우리는 여전히 미개인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지금은 광장의 시대다. 화해의 시대다.
 혹시 나는 선인장 같이 가시가 돋아나 부정적이고 공격적이고 폭력적이지 않는가?  
 임레 케르테스는 “상처라는 큰 바위를 잘게 부수어 돌멩이로 만들고, 짓눌려 살지 말고,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기억하고 싶을 때 꺼내서 잠시 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고 했다.
 치유된 상처는 흉터이자, 과거에 상처를 입었다는 흔적일 뿐이다.
 분노라는 감정을 자신이 만든 오두막에서 새로운 변화와 성장의 기회로 만들어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