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같은 호수 너머 만년설산, 황홀경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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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같은 호수 너머 만년설산, 황홀경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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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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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복 경북산악연맹 회장-중앙아시아의 스위스 키르기즈스탄을 가다 <4>
▲ 전망데크에서 뒤돌아 본 흰산과 하늘의 구름이 조화를 이룬다.

 

▲ 김유복 경북산악연맹 회장

[경북도민일보]   ‘이시쿨호수(Lake Issyk Kol)’가 훤히 내려 다 보이는 카프리즈 리조트 4층 방에 여장을 푼 필자 내외가 창밖 테라스 의자에 앉아 따뜻한 홍차를 마시며 바다 같은 호수 너머 아스라이 보이는 설산 파노라마에 넋을 잃고 무아지경에 빠진다. 옆방 여명현 장로 내외가 건너와 평화로워 보이는 우리모습을 연신 카메라에 담는다. 모처럼의 여백을 멋진 풍경과 함께 한다.
리조트 본관 앞 쪽 수십 채의 단독주택 형태 숙소들이 제각각의 아름다운 정원으로 한껏 멋을 부리고 키 큰 자작나무 숲 사이로 봄바람이 살랑대는 리조트의 평화로움이 시선을 끈다.
리조트 오는 도중 오늘이 여 장로 사모인 이순애 여사의 생일이라는 얘기에 급하게 생일 케뽗을 준비해 왔다. 그리고 박의룡 연맹부회장이 생일 파티를 위한 양고기 바베큐를 협찬했다.
생일 잔치를 위해 모두들 1층 식당에 모였다. 양고기 바베큐가 어젯밤 카라콜에서 먹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훨씬 부드럽고 맛이 난다. 생일케익에 불을 밝히고 축하송이 이어진 가운데 여 장로 내외가 케익 절단을 한다. 머나먼 중앙아시아 키르기즈스탄의 최고 휴양지 이시쿨호수 리조트에서 갖는 생일축하연으로 이 여사가 감격해 하며 어쩔 줄 몰라 한다. 모두들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짓궂은 김창식 후배는 이 여사 뺨에 초코크림을 발라 주위를 웃긴다. 대구제일교회의 장로와 권사로 봉직하는 독실한 크리스챤인 필자의 친구, 여명현 장로 부부에게는 오늘이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 된 듯 연신 웃음이 피어난다.

▲ 이순애 여사 생일케익 절단을 돕는 여명현 장로와 일행들.

평소 술을 삼가는 여 장로도 오늘은 예외인 것 같다. 모두들 축배의 인사를 권하니 맥주잔을 들고 축배 인사를 하고 마지막 구호로 “적반하장!”이라고 외치니 모두들 어리둥절해 한다. 교회장로님의 건배 구호 치고는 너무 거창(?)한 것 같았지만 설명을 듣고는 박장대소한다. ‘적반하장’의 뜻이 정말 재미있다. “적당한 반주는 하느님도 장려 한다”는 뜻풀이에 환호와 웃음 박수가 연이어 터진다. 이후  건배 구호가 ‘적반하장’으로 바뀐 것은 이날의 베스트 어록이 되었다. 
재미있고 멋진 생일파티를 끝내고 모두들 이시쿨 호수변으로 산책을 나선다. 날씨가 제법 쌀쌀하고 구름이 낀 흐린 상태였지만 저 만큼 호수건너 톈샨산맥의 만년설산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과 너른 호숫가 모래사장에 파도치는 물결로 바다를 보는 듯한 풍광이 이어지는 호수 전망데크를 걸어 본다.
뒤돌아보는 산도 흰 눈으로 덮혀 더욱 차갑게 느껴지지만 푸른 숲과 어울어져 가슴이 시원해진다. 여기저기 사진 찍느라 정신없는 일행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정원에서 휴가 온 가족들이 모여 바베큐 파티를 하고 있다. 어린애들과 어른들이 함께 즐거워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 호수가 아닌듯 바다같은 파도가 치는 호숫가 모래사장.

이시쿨호수는 톈샨산맥 4000m 높이의 설산으로 둘러싸인 세계에서 두 번째 큰 산정호수라고 한다.(세계 첫 번째는 페루에 있는 티티카카호수) 크기가 제주도의 3.5배, 경상북도만한 동서길이 177㎞, 최대폭 57㎞, 최고수심 702m에 이르는 거대호수이며 한가운데 온천수가 올라와 겨울에도 얼지 않는 부동(不凍)의 호(湖)로 ‘뜨거운 호수(Hot Lake)’라고 불리기도 한다. 호수가 위치한 고도가 1700m라고 하니 가히 ‘산속에 떠 있는 바다’라는 말이 실감난다. 텐샨산맥에서 흘러내리는 118개 강물줄기가 이시쿨호수로 모여들지만 어느 곳으로도 빠져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여름이면 수상레저를 즐기는 인파로 북적이고 세계 각국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키르기즈스탄 최고의 휴양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대자연의 신비가 여기에도 존재한다.
저녁식사를 위해 리조트를 나와 미루나무 가로수 길을 따라 촐폰아타의 도심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간다. 살구나무 꽃이 활짝 핀 마당을 가진 레스토랑 한 켠에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는 연주자의 모습이 보이고 손님이 별로 없어 썰렁하기는 했지만 생음악이 흐르는 꽤 품격이 있는 곳이다. 음식으로 나온 빨간색 수프가 우리 육개장국물 색깔과 꼭 같지만 맛이 구수해 먹을 만했다. 이색적인 분위기에서 현지전통식을 먹어 본 색다른 경험을 접하고 다시 리조트로 들어왔다.
그간의 피로를 풀 겸 샤워를 하러 욕실에 들어가니 샤워꼭지 높이가 2m는 족히 되어 보이는 게 팔을 한껏 올려도 잡힐 것 같지 않아 카자흐스탄 알마티공항 화장실 소변기가 생각 나 웃음이 나온다.

깊은 어둠에 깔린 리조트의 흐릿한 불빛 속으로 이시쿨호수도 잠이 든다.
아침햇살이 살며시 잠을 깨우는 상쾌한 5월 첫 날, 잔잔한 호수 건너 장대하게 뻗어 있는 만년설산 마루금이 창밖에 어른거린다.
여명에서 깨어나는 이시쿨호수와 설산의 풍광이 황홀경을 연출하고 조용한 리조트 곳곳의 숲들이 그림처럼 색깔을 입는다. 하늘의 붉은 기운이 구름을 적시고 푸른 물결에 황금빛 반짝이를 입히는 한 폭의 유화가 그려진다.
상쾌한 날씨 탓에 느긋한 아침을 드는 일행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거듭되는 계란프라이 주문에 혼자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아가씨의 얼굴 모습이 그리 어둡지 않은 게 이곳 이시쿨호수와 닮아 보인다.
식사 후 호숫가 산책을 위해 다시 찾아간 전망데크길에서 보는 주변 경관이어제와는 사뭇 다르다. 맑은 햇살을 받은 하얀 산은 더욱 아름답고 파도치던 어제의 물결은 잔잔한 속삭임으로 다가온다.
멀리 호수 넘어 만년설도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맞고 햇살로 반짝이는 이시쿨호수의 푸른 물빛도 코발트 빛깔의 비단을 풀어 놓은 듯하다.

▲ 유람선상에서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여명현 장로와 일행들.

리조트에서의 여유로운 행복감을 뒤로 한 채 이시쿨호수 선상유람을 나선다. 유람선 선착장까지는 리조트에서 15분 거리에 있다. 선착장에는 여러 척의 요트가 있고 유람선으로 수십 명을 태울 수 있는 배도 여럿 있다.
시즌이 아니라 관광객이 없어 우리 일행 뿐 인 선상 유람이 시작되었다.
끝없이 넓은 호수를 여유롭게 헤쳐 나간다. 모두들 신나는 뱃놀이라 유람선에서 보온용으로 내어준 담요를 쓴 채 웃고 떠든다. 뱃머리에서 타이타닉 주인공처럼 팔을 벌려 이시쿨의 기(氣)를 받기도 하고 여 장로의 열정적인 하모니카 연주에 빠져들기도 한다. 1시간 이상을 가도 끝이 없다. 배안에서는 맥주와 소주, 상주 감말랭이도 한 몫 한다. 셀카봉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 최해곤 후배의 모습에 웃음이 나온다. 시즌에는 선상에서 양고기꼬치인 사슬릭을 구워 팔기도 한다는데 이른 철이라 그 맛을 볼 수가 없다.

▲ 여러 종류의 동물들이 새겨진 암각화 돌무더기.

2시간 가까이 이시쿨호수 유람을 마치고 기원전에 새겨진 암각화군이 있는 페트로글리프스 유적지로 향한다. 아무런 경계도 없는 노천에 돌무더기가 지천에 깔렸다. 풍화작용과 지각변동으로 밀려 내려온 돌무더기에 엄청난 암각화가 그려져 있다.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갖가지의 동물, 사람 모습 등의 그림들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는 돌무더기들이 너른 들판을 가득 채우고 있다. 불가사의한 일 같기도 한 기원전 수세기전에 인류가 남긴 흔적이 현존하고 있는 현장을 보고 있다.

▲ 암각화 군락이 있는 페트로글리프스 유적지에서의 일행들.

암각화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점심을 먹기 위해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오로라 리조트 호텔(AUROLA RESORT HOTEL)’이란 이름의 옛 소련 고위관리들의 휴양소였던 레스토랑에 들어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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